<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손웅정

기본 | 눈은 나부터 쓰는 거예요
우리가 깨끗한 것은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건 또 아주 귀찮아한단 말이죠. 게을러서, 나태해서. 스티브 잡스가 한 말 중에 “Stay Hungry, Stay Foolish!”가 있지요. 항상 배고픔을 유지하고, 항상 어리석음을 유지하라는 거, 그건 항상 초심을 기억하라는 얘기잖아요. 결국 나의 모든 부분을 탁월하게 만들어주는 거, 그건 큰 의미에서의 불편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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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결국 불편함은 노력이에요. 내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불편함이 지속된다는 건 한편으로는 내 몸에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처음에 그 노력은 한 사람의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부터는 그 한 사람을 만들지요. 습관이라는 건 처음에는 얄팍한 거미줄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강철 같은 쇠줄이 되지요. 제가 강연중에 가끔 이런 얘기를 해요. 게으른 자는 하지 않은 일로 평가받고, 부지런한 자는 한 일로 평가받는다고요. 부지런한 사람은 눈을 치워 길을 내며 가는데, 게으른 사람은 그저 눈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앉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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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 뭐냐면 나중에, 혹은 다음에. 부지런한 사람들은 그런 말 할 시간도 없다니까요. 바로 지금, 여기 당장. 우리가 삶의 기본을 소홀히 여기고 대충 얼버무리고 산다 했을 때, 실을 바늘귀에 안 넣고 바늘 허리춤에 감은들 그게 바느질이 되겠냐고요.
행복하면요, 십만 원의 절반인 오만 원을 벌어도 아이는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어요.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 제가 늘 그러거든요.
돈은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예요. 사는 내내 자식이 행복하다 느낀다면 부모가 할일은 거기까지가 다가 아니겠어요? 우리 애요? 모르긴 몰라도 행복할 거예요.
전 정말 물욕이 없어요.
(...) 저는 그렇던데요. 그러려면 일단 빚이 없어야 해요. 잠언 22장 7절에 이런 구절도 나오잖아요. “빌린 자는 빌려준 자의 종이 되고, 없는 자는 있는 자가 주관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돈 십 원이라도 빚을 지게 되면 일단은 자유롭지 못하잖아요. 그다음에 나란 존재 자체가 주변에 폐가 되잖아요. 그렇다면 그 선을 최소화해두는 수밖에요. 그러려면 돈으로부터 의연하고 유연한 태도를 나 스스로 만들어놓을 수밖에는 없어요.
겸손은 실력에서 나오고, 교만은 무지에서 나온다 하잖아요. 일에 있어 실력으로 진 사람에게는 언제고 기회가 주어지지만, 인성으로 패배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패자부활전이 주어지지 않잖아요. 중국 속담에 “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어요.
필리핀 속담에 “하려고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지 않으려면 변명이 보인다”고 했어요. 실패한 사람일수록 변명에 집착해요. 게으른 사람은 변명을 무기로 안다고요.
내가 열정을 가지고, 곁눈질도 안 하고, 충실히 노력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자만이 들어올 틈이 있겠어요. 못 들어와. 어떻게 들어와.
사람이 나이 먹는다고 절로 고상해질 수 없어요. 배움이라는 마찰 없이는 품격도 만들어질 수 없어요. 독서의 정의가 뭐예요. 새로운 사실을 알거나 지식 흡수를 위한 행위란 말이에요. 흡수라니까요. 배출이 아니라니까요.
가정 | 약속이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져요
약속을 했잖아요. 그럼 지켜야지 그걸 안 지킨다는 게 말이 돼요? 반드시 가족 간에도 룰이 있어야 해요. 어떠한 경우에도 이 룰은 조정이 되거나 타협이 되어서는 안 돼요. 약속이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져요.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으면 애초에 약속을 하지 말든가요. 나폴레옹은 그게 최선의 약속이라고도 말했잖아요.
성공한 사람들은 남 잘 때 안 자고, 남 먹을 때 안 먹고,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올라서 지금 저 꼭대기에 있는 거라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요. 어떤 목적을 향해 갈 적에 단순하게 저기 딱 저 지점이다 정확히 찍고 가는 태도가 삶에 있어 가장 탁월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실패를 두 번 하면 성공할 수 없다.” 너무 유명한 말이죠. 조지 버나드 쇼요. 이 말이 제 인생의 핵심이거든요. 한 번은 괜찮아, 그런데 이 같은 걸 또? 그럼요, 끝이에요.
직장인들에게 월급이요, 그거 회사에 공헌해서 받는 돈 아니잖아요. 자기 삶의 기회 손실 비용으로 받은 거잖아요. 더 큰 자리가 있고, 더 벌 기회가 있는데, 그 엄청난 걸 놔두고 내가 왜 이 조그마한 데서 이걸 받고 있을까? 그래서 생각의 각도 전환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일 킬로미터의 전력 질주보다 일 도의 방향전환이, 일 톤의 생각보다 일 그램의 행동이 중요하다고요. 생각의 각도를 아주 조금만 바꾸는, 한 번쯤 그런 가능성으로 자신을 밀고 가봐도 좋은데 솔직히 쉽지는 않죠. 불안할까봐, 실패할까봐, 지금까지 쌓은 게 무너질까봐,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되는 것도 맞고요. 비겁하면 안전할 수 있지만 절대로 창조는 없어요. 그 밋밋한 데서 창의력이 어떻게 발생하겠냐고요.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이 평생 새겨질 만한 매와 말은 피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 경계를 따져야 하는 건 내 아이도 결국, 아이니까요. 그 일로 아이를 매사에 주저주저하지 않게, 턱없이 우유부단해지지 않게, 그 정도라는 가늠이 부모의 역량을 드러나게 하는 대목 같아요.
노후 | 노욕처럼 추한 게 어딨겠어요
내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면, 남도 남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일 거 아니에요. 나의 소중함을 안다는 건 그걸 인정한다는 얘기잖아요. 그렇게 접근해야죠. 역지사지가 바로 그거죠. 나이가 들수록 매너 있게 굴라는 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나를 지키라는 말일 수 있어요. 그건 결국 남도 지켜주는 일이 되잖아요. 우리 저마다 그 선을 잘 지켜야 해요. 밥상머리 에티켓이 다가 아니라고요. 그 너머까지를 늘 생각해야 한다고요.
내가 남 안 괴롭히면 남도 나 안 괴롭혀요. 내가 지금 괴롭다면 내가 지금 남 괴롭히고 있는 거예요. 근데 그건 진짜예요.
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의 유연성도 크게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 덕목이라고 봐요. 유연성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바로 결단력과 속도지요. 유연성은 부러지는 게 아니라 휘는 생각이잖아요. 어떤 상황에서든 옳고 빠른 대응을 해내는 것이 품격 있는 어른의 지혜라 할 때 그 속도의 관건은 역시나 심플한 환경에 있다고 봐요. 단순할수록 속도전에서 이길 확률이 높으니까요. 지저분하고 복잡한 데서 유연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절대로, 없다! 느릿느릿 그제야 집 치우다 안 그래도 그 아까운 시간 다 보낸다니까요.
돈을 가두고 잠그고 잘 지켜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언제 입을 다물고 언제 지갑을 열어야 하는지 그걸 잘 아는 이가 진짜 어른이구나 싶어요. 최고의 노인은 젊은이들한테 둘러싸여 신나게 대화하는 어른이 아닐까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세대를 뛰어넘어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어른. 물론 저는 책에서 찾죠. 쉽게 찾아지고 많이 찾아지니까요. 저는 인맥 쌓으러 허비하고 다닐 시간에 책상에 책 쌓으시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넬슨 만델라가 그랬다고요. 아이디어는 애초에 완벽한 형태로 세상에 나오는 게 아니고, 그 일을 시작할 때 비로소 명확해지는 거라고. 그러니까 끊임없이 끝이 안 나는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 하던 생각을 계속해야 하는 거예요. 제가 어딜 가나 독서 노트나 메모지를 꼭 챙기는 게 바로 그 이유에서예요. 잡아두지 않으면 순간 증발이 되거나 기화가 되는 게 아이디어니까.
품격 | 큰 종은 잡소리가 나지 않잖아요
빚에 허덕이면 꿈이 날아가요. 오죽하면 빚더미보다 잿더미에서 일어나기가 더 쉽다 그랬겠어요. 빚이 빚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꿈까지, 미래까지 앗아가니까 심각한 거란 얘기죠. 소유에 대한 고민은 평생 가져가야 하는 거예요. 내 경쟁력은 안 키우고 내 소유욕만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그에 앞서 욕망의 그릇만 너무 헤비하게 키우는 건 아닌지. 법정 스님 말씀이 모두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사람 사귐에도 헤프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소유라는 말을 착각하면요, 내가 소유한 것으로부터 내가 소유를 당하게 되어 있어요.
'왕자불가간 내자유가추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라고,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다가올 일은 잘할 수 있다.
유년에 시작한 공부는 막 솟아오른 아침 태양처럼 창창하고, 중년에 시작한 공부는 정오에 내리쬐는 태양처럼 반나절밖에 그 빛을 낼 수 없으나 무척이나 강렬하고, 노년에 시작한 공부는 촛불과 같아서 태양과 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앞을 못 보고 헤매는 것보다야 천 배는 낫다.
내가 최고로 싫어하는 사람처럼 되지 말자, 그거예요. ‘불치하문 수치불문不恥下問 羞恥不問’이라 그랬어요. 아랫사람한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모르면서 묻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요. 내가 보기에 나쁜 건 안 하면 되고요, 내가 모르기에 묻는 건 하면 되고요.
진짜 품격 있는 어른으로 늙으려면요, 일단은 경청하는 자세부터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어떤 얘기에 집중하고, 또 어떤 얘기에 풀어져도 되는지, 분간이 바로 되는 사람더러 현명하다고 하는 것처럼요.
제가 생각했을 적에 아름답다 할 사람이요? 음, 사람이 아주 밝으면서도 못내 가볍지 않은 사람? 멀리서 보면 위엄이 있고, 가까이서 보면 천진이 다분한 사람?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합리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 인품이 따뜻하게 흐르고, 기품이 차갑게 서려 있는 사람? 제 열정을 끝까지 올려세우다가도 그 감정에 올라타서는 자제의 고삐를 틀어쥘 줄 아는 사람?
세상에나, 그런 사람 여기 없습니다, 감독님.
있다면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머리 숙여 배우는 거고요. 없다면 그런 사람이 되어보도록 노력하는 거고요. 시인님이 아름답다, 라는 표현을 하셔서 괜히 거창하게 떠든 격이 되었는데요, 제 식대로 단순하게 말해보자면 안팎으로 건강한 사람이 실은 가장 아름다운 사람 같아요.
어디서든 어떤 일에서든 나이부터 들먹이면 그거 꼰대예요. 예전에는 아는 게 힘이었다면 지금은 생각하는 게 답이잖아요. 정말 품위 있고 품격 있게 나이를 먹으려면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고 끝도 없이 생각해야 해요. 모르긴 몰라도 전 그렇게 알아요.
퍼주고 망한 장사는 없어요. 조금씩 나누고 나눠서 주변이 넓어지고 넓어지면요, 그거 다 누구 거? 퍼준 사람 거!
리더 | 그 시간에 우리 팀 선수 챙기지, 상대 팀 전술 챙기지 않는다고요
테레사 수녀님이 봉사를 하겠다고 찾아와 일에 나서려는 사람들을 면접할 때 요 세 가지를 물으셨다고 해요.
"잘 잘 수 있는가, 잘 먹을 수 있는가, 그리고 잘 웃을 수 있는가." 웃음이야말로 저는 리더의 핵심 자질이라고 봐요.
기본에 충실한 사람은 나에게 집중하지, 남을 기웃대지 않아요. 그 시간에 우리 팀 선수 챙기지, 상대 팀 전술 챙기지 않는다고요. 저한테 비교는요, 남과 하는 게 아니에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재는 거예요. 정 해보고 싶으면 내 장점과 남의 단점을 대보라는 얘기예요.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지만, 가정을 살 수는 없다. 침대를 살 수 있지만, 잠을 살 수는 없다. 시 계를 살 수 있으나, 시간을 사지는 못한다. 돈으로 책을 살 수는 있어도, 지혜를 살 수는 없다. 지위를 살 수 있어도, 존경을 살 수는 없다. 돈으로 피를 살 수 있으나, 생명은 사지 못한다.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은 사지 못한다. 돈 으로 성대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지만, 행복한 죽음은 살 수 없다."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하루하루 무언가를 더 하고,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하루하루 무언가를 버리라고 그랬어요. 지식은 내가 무엇을 배우느냐에 목적이 있고, 지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점이 있잖아요. 지식이나 지혜가 더 해질 때 내가 얻는 게 많아 보이지만 이 가운데 버려야 할 것을 안다는 것은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안다는 얘기도 되 거든요. 최고의 음식이 소식인 것처럼요. 효율을 따진다는 건 더 적게, 더 좋게, 그런 거 아니겠어요? 가장 적게, 하지만 가장 좋게. 수련의 최고 단계는 그리하여 단순함으로! 그래서 제가 이소룡을 좋아해요.
리더는 사실 교육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고, 잠재적으로 그런 능력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업 같아요. 순간적인 판단력이라든지, 마음가짐의 올곧음이라든지, 섬김과 베풂의 넉넉함이라든지. 하여간에 리더는요, 조직원들이 싼 똥을 치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해요. 누가 잘못을 했든지 간에,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일단 냄새나는 걸 치워서 조직원들의 공기부터 쾌적하게 하는 사람. 뭐니뭐니해도 리더는 이런 모든 부담을 짊어진 책임감을 아는 사람이어야 할 거예요.
코치 | 세상이 나빠지는 건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이 지도자 노릇을 해서예요
이런저런 이유로 팀을 옮기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을 듯해요. 섭섭한 마음도 당연히 드실 것 같은데요.
손 | 있죠. 예수도 배반하는 이가 있는데 뭐 나 같은 놈이야 아주 흔하죠. 많아요. 물론 떠나보내기 전에 그런 생각은 하죠. 내가 이놈한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은 맞나. 아이의 선택이니까, 여기는 또 프로의 세계가 아니니 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부모나 애들 성향이 그러면 데리고 있어봤자 얼마 못 가요. 일찍 떠나는 게 잘하는 거예요. 우리 팀에서 나간 애들이 다른 데 가면 에이스고 주전 자리 꿰차니 걔들 입장에서도 환장하는 거지요. 코치 선생님들은 속상해하는데 전 내버려두라 하죠. 망각은 최고의 복수니까.
"승전후구전勝戰後求戰, 승리하는 군사는 먼저 이겨놓고 싸우고, 패하는 군사는 싸움을 걸 어놓고 뒤에 이기려 든다" 했어요. 제가 가진 손무의 『손자병법」에 밑줄 엄청 그어져 있어요.
우리는 태어날 때도 혼자고, 죽을 때도 혼자잖아요.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불쌍하게 늙어요. 나 스스로 외로움을 친구로 삼을 줄 알아야 돼요. 그렇잖아요. 나 외롭다고 여기저기 전화하면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다고요. 아니 다 늙어서 자식들에게 왜 그렇게 전화들을 하는 거예요? 젊은 세대들 먹고살기 바쁜데 부모들 늙어 외롭다고 매일같이 전화해대면 자식들이 그거 좋아하겠냐고요. 공연히 전화하지 말아야 해요. 자기 삶을 스스로 추스르면서 살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지혜라고 할 적에 제가 그걸 어디서 배웠겠어요? 책이지. 공부 안 하면 과거의 나쁜 역사로 이십 년 삼십 년 돌아가는 거, 그거 순식간이에요. 세상이 나빠지는 건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이 지도자 노릇을 해서예요. 공부하지 않으면 다음도 없고 내일도 없어요. 힘든 걸 미루고 편한 데 안주하면 그건 죽은 거예요.
부모 | 높은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듯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일이 아닌가 하고요
흥민이 이십대 중후반 지나고 나서부터 제가 그랬어요. 앞으로 네 나이만큼 나는 너에게서 멀어질 거라고요. 부모의 역할이라 하면 자식을 높은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듯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일이 아닌가 하고요. 품안의 자식이라고, 어차피 내 품에서 내보낼 거, 자식이 나이 한 살 먹을 때마다 나도 그만큼 물러나보려는 거지요. 그거 실천하고 사는 사람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노력은 마땅히 해보려 하는 사람이 부모 같아서요.
아이가 토요일에 학교 다녀와서 "어디 좀 나갔다 올게" 부모한테 말한단 말이죠. 그럼 보통의 부모들이 이렇게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 붓는단 말이죠. "어디 가? 누구 만나러 가? 왜 가는데?" 아이는요, 순수하게 부모가 나에 대한 관심으로 던진 말인지, 웬만하면 안 나갔으면 좋겠는데 막아 세우는 의중으로 던진 말인지, 바로 구분하거든요. 왜냐, 돌이켜보면 우린 안 그랬냐고요. 내가 다 알아서 하는 참인 데 부모가 그렇게 코너로 몰면 되게 짜증나잖아요. (웃음) 그런데 애가 어딜 나간다 할 적에, 따져 묻기부터 하지 말고 "그래서 돈은 있니?" 하고 한번 되물어본다 했을 적에, 혹시 아이의 반응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은 있냐고요.
제가 아이라면 바로 무릎 꿇었을 거예요. 이건 부모가 나를 믿고 있구나 하는 신뢰의 한 장면이잖아요.
손 | "친구 만나려면 돈 있어야지, 이 돈 갖고 가." 그러면 집 나서는 아이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겠어요. 부모가 나를 이렇게 믿어주니 나도 그 믿음 안에서 행동해야지, 자식은 생각을 안 하겠냐고요. 애가 나가 사고라도 칠까, 혹시라도 나쁜 애들하고 어울릴까, 하는 부모의 불안이 아이한테 고스란히 전해질 때 역반응이 나는 거예요. 비겁하면 안전할 수 있어 요. 배가 항구에 묶여 있을 때 안도가 되는 것 처럼요. 그런데 애 말고 내 안심만을 생각할 거냐고요. 애를 위한다고 시작한 일이 나를 위함으로 귀결이 된다면 그건 타깃이 엇나간 일이잖아요. 애들 교육은요, 저는 무조건 역지사지로 접근했어요. 나 어렸을 때 생각을 가장 먼저 하고, 제 즉흥적인 지금의 감정을 가장 뒤에 두고요.
행복할 때 불행을 대비하고, 풍년일 때 흉년을 대비하라잖아요.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고 총명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잖아요. 살다보니까요. 어쩔 수 없어요. 항상 대비하고 준비하고 계획할 수밖에요.
게으름은 죄라니까요. 한번 만들어진 습관은 쉽게 안 바뀐다니까요. 좋은 습관은 우리를 위대하게 만들고, 이 반복은 결국 기적을 낳잖아요. 저에게는 이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또 기적이다 싶을 뿐이에요.
손웅정의 독서 노트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장이다.
성장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한다면
우리는 매일매일 자랄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할 수 없다면
그건 우리 앞에 우리의 관이 놓였을 때다.
죽음만이 성장을 누를 수 있다.
그러니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하는
성장의 말을 매일매일 반복하자.
할 수 있을 때 실컷 반복하자.
우리가 우리에게 매일매일
기회를 주자.
우리가 우리에게 매일매일
용기를 주자.
진짜 리더는 어떤 결과의 원인을 조직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는 사람이다.
진짜 리더는 주는 것이 습관인 사람이다.
줄 수 있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늘 더 주려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말했다.
"이십대는 의리가 지배하고, 삼십대는 재치가 지배하고, 사십대는 판단이 지배한다"고.
사십대 이후부터 평생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은 아마도 책일 것이다.
인정하라.
상대가 모자란 만큼 나도 모자란 것이다.
경청하라.
대화중에 내가 말하기를 최소화하고, 상대방이 끝없이 말하게 하라.
칭찬이나 비방에 휘둘리지 말자.
그들의 칭찬이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할 수 없고,
그들의 비방이 날 더 나쁜 사람이 되게 할 수 없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장자가 말하기를 낙출허樂出虛라 했다.
즐거움은 텅 빈 데서 나온다.
현명한 사람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필요 없는 일을 최소화한다.
돈을 쓸 때나 말을 할 때,
누군가와 약속을 할 때는
내 한계를 직시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는 돈을 쓰지 말고
내가 잘할 수 없는 일에는 전문가를 써라.
운동 | 우리가 돈을 벌어도 몸이 벌잖아요
다른 때와 달리 오늘은 운동하신 직후라 그러신가, 아니면 운동량이 빡세서 그러신가, 말투가 좀 딱딱하신 것이 제가 뭘 잘못한 게 있나…… 저 왜 눈치를 보는 걸까요?
손 | 아니 그게 뭔 소리래요. 왜 그런 눈치를 다 보실까.(웃음) 아, 그럴 순 있겠네요. 운동은 제 천직 같은 거니까, 몸으로 부딪치는 거니까, 군말의 지방을 너무 빼서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요. 근데 왜 그런 일로 저한테 시인님 생각의 지배권을 넘겨주시나요? 그런 건 한마디로 시간 낭비죠. 그게 혹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생각만으로는 제 머리털 끝 하나 못 건드리는 거잖아요. 아 열받아, 하는 순간 그 독소를 내가 나한테 붓는 거잖아요. 생각해보세요. 그 독소가 걔한테 안 가. 나한테 와. 걔 머리카락 한 올도 상하게 할 수 없어. 그런데 잘못한 것도 없이 공연히 상대에게 왜 내 생각의 지배권을 넘겨주냐고요. 저는요, 한입 갖고 두말 안 해요. 제가 입이 닳도록 계속 반복하잖아요. 내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니까요.
사색 | 답은 못 빨아들여도 제 내면으로 끊임없이 청소기를 돌려보는 거요
저는 성격은 엄청 급한데 일을 대할 때는 덥석덥석 주는 대로 안 물고,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에요. 상대에게 긴장한 걸 절대로 들키지 않은 선에서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다보면요, 어느새 제가 되게 긍정적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중요한 건 결국 시야라는 얘긴데, 제가 그걸 어디서 배웠냐 하면, 그렇죠. 이제 너무 답을 아신다, 시인님. 책인 거죠.
통찰 | 우리 아이들 그래서 제가 혹사 안 시키는 거예요
실수하기도 전에 실패하기에 앞서 두려움부터 생각한다는 거, 그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욕심 아닌가요. 어떻게 하나도 안 잃고 모든 다 얻을 생각만 해요, 욕심쟁이지, 그건.(웃음) 전 그렇게 생각해요. 시도를 해봤으니까 실수도 생기는 거고, 도전을 해봤으니까 실패도 일어나는 거라고요.
행복 | 발밑에는 축구공이 있고, 손끝에는 책이 있잖아요.
나의 장점은 매일같이 늘어날 거예요. 왜? 나의 노력이 매일같이 반복될 거니까요. 나의 강점은 매일같이 커질 거예요. 왜? 나의 꿈이 매일같이 자랄 거니까요. 성공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얻는 일이고, 행복은 내가 얻은 것을 누리는 일이라 그랬어요.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제 발밑에서 키우라는 말도 있잖아요. 행복은 이렇게나 단순한 거예요. 아무 조건도 이유도 없이 내 곁에서 내가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내 행복이라고요. 저란 놈을 한번 보세요. 발밑에는 축구공이 있고, 손끝에는 책이 있잖아요.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손웅정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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