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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보다>, 박여름

by jiyoung.park 2023. 11. 14.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박여름

 

 

 

이미 한 번 문제가 생긴 관계는 구멍 난 풍선에 바람을 부는 꼴이라 언젠간 지쳐 다시 끝이 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미웠다. 나는 그 풍선을 세상에서 가장 크고 예쁘게 불고 싶었는데. 

 

 

정말 좋은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닐까? 내 앞에서만큼은 모든 기준이 예외가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에는 불안할 일도 없을 것 같고 내가 무언가가 싫다고 말하면 무작정 헤어지자는 말도 안 할 것 같고 날 두고 달아나지도 않을 것 같다.

 

 

예측 가능한 사람이 좋다.
싫어하는 일은 애초에 피해 가는 사람. 그러다 어쩔 수 없이 서운한 일 생기면 날 안아주는 사람. 화가 난다고 손 놓지 않는 사람. 내가 먼저 손 내밀면 자존심 세우지 않고 언제든 그 따뜻한 품에 날 넣어주는 사람. ‘사랑해!’라고 말하면 ‘넌 모르지? 내 사랑이 훨씬 큰데. 내가 더 더 더 사랑해.’라고 사랑을 배로 돌려주는 사람. 그리고 그 뻔한 사랑 표현에도 거만해지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오래오래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으니까. 

마주 보며 사랑하던 사람들이 속으론 아쉬움과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는 게 슬프다. 사랑을 멈출 용기가 없어서 상처를 견디고 있다는 게 슬프다. ‘사실 이런 일이 있긴 해.’라는 말없이도 잘 설명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만 살아가고 싶다. 나 역시 그렇다. 어디 가서 사랑하는 사람 자랑하기만 바쁠 정도로 마음에 걸리는 일 없이 사랑하고 싶다. 

 

 

<되고 싶은 사람>

1. 상처 주고 싶지 않은 사람
2. 웃는 게 예쁜 사람
3. 우는 모습 안쓰러운 사람
4. 속마음 털어놓고 싶은 사람
5. 자랑하고 싶은 사람
6. 돌아보니 가장 따뜻했던 사람
7. 사랑스러운 사람
8. 멀어져 아쉬운 사람

 

 

하지만 내 생각엔 역시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픈 게 더 가혹한 것 같다. 그건 얼마를 아파야 나을지 가늠할 수 없으니까. 똑똑한 의사 선생님도 모르시니까. 개개인의 삶에 어떤 시련이 오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고, 거기서 받는 상처의 크기 또한 다 다르기에 누가 감히 예상해서 조언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정함이 좋은 이유는 나를 그냥 보아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습관이 있고, 지금 나에게 어떤 게 필요한지 자세히 관찰해야 도울 수 있는 영역이니까. 그건 분명한 애정이니까. 한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내 방식의 삶이 나름 재밌다. 믿어보고 싶은 게 자꾸 생겨서. 하나 잘되지 않더라도 다음번 내기의 결과를 기다리느라 좌절할 틈이 없고 좋은 일이 올 거라는 생각 하나로 설렐 수 있어서. 혹여나 멋진 기회가 생기지 않더라도, 아무 기댈 걸지 않고 재미없게 살아가는 것보단 좋더라. 가끔은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이 아무리 실현 어려울 꿈을 꾼다 해도 그 길을 응원해 주고 싶다. 비웃음 따위는 하나도 없이 그러고 싶다. 그런 사람이 오히려 멋진 거다. 모두 가는 쉬운 길 택하는 사람보단 증명되지 않았거나 가는 법이 공유되지 않은 길같이 불확실한 것들을 모험하는 사람이 더 궁금하다. 그리고 오래오래 그 삶에 대해 듣고 싶다. 어떤 인생을 살았으며 어떤 경험이 그런 꿈을 꾸게 했는지, 그렇게 용감할 수 있게 했는지 대화 나누고 싶다. 

 

 

내 일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게 어렵다. 해도 해도 안 된다. 인생은 내비게이션을 켜고 아주 익숙한 동네를 달리는 것 같다. 가끔 내 선택이 틀렸다는 안내를 받아도 무시하게 되는 거지. 내가 더 잘 아는데. 내가 맞을 텐데. 그러나 너무 방심한 순간마다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 맞는 길을 찾는 데 쓴 시간이 늘 길었다.

 

 

나에게도 충분하지 않은 것을 나누고 싶다는 말은 사랑을 말하는 가장 근사한 방법 중 하나다. 어디에서든 구할 수 있는 것이라도 지금의 나에겐 하나뿐인 것을 선물하는 게 좋다. 그런 것들을 나누면 왠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증 배지를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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