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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뼈의 기록>, 천선란

by jiyoung.park 2024. 1. 3.

뼈의 기록, 천선란

 

뼈의 기록, 천선란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죽은 것들은 모두 형태를 잃고 흩어졌다가 무언가로 재조립되어 다시 탄생했다. 순환의 의미였지만 인간에게 순환은 형태의 재조립이 아니었다.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살아서는 갈 수 없는, 지금의 육신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는 다른 곳을 들렀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렇기에 인간은(적어도 로비스가 머물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죽음의 조의를 돌아간다고 표현했다. 어딘가로. 이곳에 오기 전에 먼저 머물렀던 그곳으로.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는 그곳에 갈 수 없으므로 살아 있는 인간 중에서는 누구도 그곳을 확신할 수 없었음에도 인간들은 믿는다. 당연히 있으리라. 당연히 그곳에서 다시 만나리라. 그것이 죽음일까. 공간을 옮기는 것, 소멸이 아닌 돌아가는 것.

 

마음이라는 건 인간의 성품이나 성격, 특정 물건에 대한 감정 따위를 통틀어 일컫는다는 것을 로비스도 알고 있다. 마음의 추상성을 설명할 수 있는 건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단어들뿐이었고 그런 비슷한 추상적 단어들은 대개 실존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으나 인간은 마음의 실존 여부에는 의문을 품지 않았다.

 

언젠가 우주를 알고, 우주에서 자유로우며, 우주를 누빌 수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아직 이뤄내지 못했고 오히려 우주를 정복하려 하고, 여전히 우주에서 손짓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지. 하지만 나는 아직 믿어. 인간은 언젠가 우주를 유영할 거야. 이 나비처럼.

죽음이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다르며, 볼 수 없는 존재의 삶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뼈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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