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기록, 천선란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죽은 것들은 모두 형태를 잃고 흩어졌다가 무언가로 재조립되어 다시 탄생했다. 순환의 의미였지만 인간에게 순환은 형태의 재조립이 아니었다.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살아서는 갈 수 없는, 지금의 육신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는 다른 곳을 들렀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렇기에 인간은(적어도 로비스가 머물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죽음의 조의를 돌아간다고 표현했다. 어딘가로. 이곳에 오기 전에 먼저 머물렀던 그곳으로.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는 그곳에 갈 수 없으므로 살아 있는 인간 중에서는 누구도 그곳을 확신할 수 없었음에도 인간들은 믿는다. 당연히 있으리라. 당연히 그곳에서 다시 만나리라. 그것이 죽음일까. 공간을 옮기는 것, 소멸이 아닌 돌아가는 것.
마음이라는 건 인간의 성품이나 성격, 특정 물건에 대한 감정 따위를 통틀어 일컫는다는 것을 로비스도 알고 있다. 마음의 추상성을 설명할 수 있는 건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단어들뿐이었고 그런 비슷한 추상적 단어들은 대개 실존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으나 인간은 마음의 실존 여부에는 의문을 품지 않았다.
언젠가 우주를 알고, 우주에서 자유로우며, 우주를 누빌 수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아직 이뤄내지 못했고 오히려 우주를 정복하려 하고, 여전히 우주에서 손짓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지. 하지만 나는 아직 믿어. 인간은 언젠가 우주를 유영할 거야. 이 나비처럼.
죽음이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다르며, 볼 수 없는 존재의 삶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뼈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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