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단편선 * 밀리의 서재 - 모바일 기준 페이지로 실물 책과 페이지 넘버가 다를 수 있습니다 p.41 물의 공백을 메운 건 대부분이 생각들이었다. 시간이 많아지면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우울이 찾아들기 마련이다. 아주 나중에, 물고기들이 다 사라지고 하천이 말라붙은 후에도 계속될 삶을 상상하면 질긴 수초가 목을 조르는 듯한 갑갑함이 밀려오곤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물은 생각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냥, 수표면에 동동 뜬 채 떨어지는 나뭇잎을 세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살았다. p.53 하천에서 나갈 수 없는 몸뚱이도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숲은 늘 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걸까.” 물은 갈수록 숲이 궁금해졌다. 궁금함은 갈증 같아서, 물속에 있는데도 목이 말랐다...
2023. 10. 17.